집에 오니 주인집 아저씨가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. 아랍어로는 “엄칼랄 필펠 마악 지브니”라고 하는데 그냥 나는 간편하게 치즈 고추라고 하련다.
먼저 매운 고추의 씨와 속 내용물을 모두 꺼내 버리고서는 좀 덜 맵게 하기 위해 물에 한참 담궈놓는다. 그리고 나서 고추 속에 치즈를 꾹꾹 채운다. 아저씨 말로는 반드시 흰 치즈여야 하고, 체다 치즈니 모자렐라니 하는 다른 치즈는 안된다고 한다. 그리고는 고추를 병에 담고는 병을 소금물로 채운다. 그리고 최소 열흘을 상온에서 재워둔다. 그러면 먹을 수 있다. 매우 맵고, 짜고 그리고 치즈맛으로 느끼하다. 짠 소금물 때문에 상온에 일년을 놔눠도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. 참고로, 여기 실내 온도는 약 30도다.
이집 딸은 라브리 카페 또는 베들레헴 공부센터라는 곳에서 일을 하는데, 여기 사람들은 왠지 “국제학생 센터 및 도서실”이라고 부른다. 여기 식구가 내게 종종 말하기를 책도 많고 외국 학생도 많아서 같이 어울릴 수 있다고 했다. 그런데 내가 가보니 전부다 팔레스타인 학생들 뿐이었다.
딸내미가 일하러 갈 때가 약 오후 5시였는데, 나한테 한 번 가서 보지 않겠냐고 해서 같이 갔다. 여기 아줌마가 늘 운전해서 딸을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온다. 차로는 약 10분 거리였는데, 여기 운전 10분은 시카고보다 훨씬 멀다. 여기엔 교통신호가 전혀 없고 이 시간엔 차들도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. 그리고 중동지역 애들이 좀 빨리 달려.
그리고 책이 말만큼 많이 있지는 않았다. 하지만 난 현재 책에 관심이 없다. 아랍어 수업 따라가기도 힘든데 책은 무슨.
정문을 들어서고 나서 약간 걸어 들어온다. 위에 보이는 것 처럼 바닥에 별이 있는데, 여기에는 어디에나 별이 있다. 물론 이 별은 다윗의 별이 아니라 베들레헴의 별 또는 성탄의 별이다.
길 양 옆에 여러가지 채소를 심어놨다.
한쪽 구석엔 물고기 통이 있어서 물고기를 기르는데, 어항처럼 보고 즐기려는게 아니라 먹고 즐기려는 목적이다.
여기가 딸내미가 일하는 카페 공간이다. 여기서 14세겔 주고 망고 스무디를 시켰는데 진짜 망고를 막 갈아서 주는데도 별로 만족스럽지가 않았다. 일단 스무디는 차가워야 하는데, 이 망고 스무디가 미적지근 했다. 그리고 스무디 안테 털이 너무 많이 있었다 (망고는 씨 주변에 털이 엄청 많다).
평상시에 딸이 9시 반이나 10시즈음에 집에 돌아오길래 오늘도 그러려니 했다. 그래서 딸 일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. 약 10시쯤 되어 남동생이 왔길래 엄마가 딸 데리러 왔나보다 생각을 했다. 남동생이 내 옆에 약 10분가량 같이 앉아 있었는데, 갑자기 막 생각이 났다는 듯이 자기들은 오늘은 자정이 넘도록 집에 안 가니까 집에 가려면 혼자 가라는 것이었다.
물론 자정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고 특별히 할 것도 없었다. 그래서 걸어서 집에 왔다. 근데 별로 기분이 꽝이었다. 그러면 처음부터 말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? 아니 그리고 또, 왜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나를 데리고 왔냐고. 뭐 어째든 이제 주말인데, 행복한 주말인데, 즐겁게 행복하게 지내야지.